첫 재외국민투표 개시,뉴욕 첫날 한산 193명, 투표율4.2%...제도개선 한목소리
4.11총선을 맞아 헌정사상 첫 도입된 재외국민투표가 28일 오전 8시를 기해 뉴욕총영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엿새간의 일정으로 본격 막을 올렸다. 투표 첫날 일찌감치 투표소를 찾아 ‘재외국민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하려는 한인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지만, 투표 참가자들이 적어 하루 종일 한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한인유권자들은 취약한 투표제도 외에도 투표장 이동 교통수단이 매우 불편한데다 한국 정치권이 비례대표 후보에 뉴욕한인 등 미주동포를 1명도 발탁하지 않는 것 등이 열기를 가라앉힌 요인으로 지목했다. ■ 투표소 하루 종일 ‘한산’=뉴욕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투표가 마감된 결과, 뉴욕일원 전체 유권자등록자 4,606명 중 193명만이 참여해 4.2%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69명은 재외선거인(영주권자)이었으며, 나머지 124명은 유학생, 지상사 주재원 등 국외부재자로 집계됐다.
■ 선거제도 ‘개선’ 시급=이날 투표소를 찾은 한인 유권자들은 재외선거 취지에 맞지 않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커네티컷 사우스윈저에서 3시간 동안 승용차를 몰고 투표소를 찾은 한종규(52) 전 커네티컷 한인회장 부부는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게 돼 기쁘다"면서도 "미동부 지역에 투표소가 뉴욕 한곳에만 설치돼있어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재외국민들에게는 사실상 투표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씨 부부 외에도 남부 뉴저지와 업스테이트뉴욕을 거주지로 둔 한인 투표자들도 “불합리한 투표제도로 인해 재외선거가 동포사회로부터 더욱 무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순회투표소나 우편투표 등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한인들은 해외 비례대표 명단에 1명의 동포 후보도 배정하지 않은 것도 이번 총선에서 한인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천지훈 기자> <투표현장 스케치> ==============================
뉴저지 프린스턴에 거주하는 미주한인총연합회 소헌 부회장 부부는 새벽에 일어나 2시간 넘게 승용차로 달려와 첫 재외선거 투표자 주인공이 됐으며, 90세를 앞둔 퀸즈 플러싱의 정원빈 옹(89)은 이날 최고령 투표자의 영예를 안았다. 또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의 이원재씨 부부는 복잡한 맨하탄 교통을 고려해 오토바이를 타고 투표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으며, 퀸즈 우드사이드에 거주하는 이익진(76)씨는 이민 40년 만에 한국 선거에 참여한 뒤 감격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롱아일랜드 김석범(50)씨는 “맨하탄 총영사관을 왕래하려면 5~6시간이 걸려 아예 오늘 하루 휴업하고 투표소에 나왔다”고 말했다. 유권자 등록을 하는 줄 모르고 투표장을 찾았던 이병천(76)씨는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란 말로 아쉬움을 표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투표장에는 한국 선거에 처음 참여하는 20대 한인 유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생애 첫 투표를 했다는 문철희(21, 뉴욕대 재학)씨는 “사실 귀찮아서 안하려 했는데 친구 권유로 했다. 막상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1923년 북한 평양에서 출생한 정원빈씨는 "인천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한지 15년째"라며 "자식들의 권유에 집을 나섰는데 예전 한국에서 투표했던 기억이 나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옥련씨 역시 "자식들과 미국에서 살며 한국정치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는데 아들, 딸 성화에 투표하러 왔더니 우리 나이에도 할 일이 있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며 소감을 전했다.
<출처 :뉴욕 한국일보 / 천지훈 기자> <저작권자 ⓒ okminjo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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